
우리는 왜 명확한 답을 갈구할까요?
매일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 우리는 늘 '확실한 답'을 찾아 헤매죠. 불확실성은 불안감을 높이고, '이게 맞을까?'라는 의심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심지어 오늘 우산을 가져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조차 명확한 답을 원합니다. 마치 세상 모든 일이 1 더하기 1은 2처럼 딱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처럼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정신건강학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아무튼,명언>에서 강조한 ‘인생에서 불확실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에 대한 글을 발췌, 요약해 봤어요.
'이게 맞을까?' 의심하는 지혜
우리 삶은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여정입니다. 특히 '마음'이라는 영역은 더더욱 그렇고요.
뼈와 살이 있는 신체 질환처럼 명확한 '검사 수치'가 없는 정신 건강의 영역에서는 오직 '이야기'와 '관찰'을 통해 깊이 있는 통찰을 얻어야 한다고 합니다.
단순하고 성급한 판단은 위험
정신건강학에서 환자를 진단하는 일은 때론 고독한 과정인데요. 전공의 시절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을 달달 외워 진단 기준을 맞춰보기도 했지만, 실제 임상 경험이 쌓일수록 '이것이다' 하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환자의 말과 보호자의 이야기, 지난 삶의 궤적, 뇌과학적 특성, 가족력, 심지어 신체 질환의 영향까지… 모든 조각을 맞춰나가면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다고 해요. 이 모든 정보와 경험, 논문들이 3차원 그래프 안에서 춤을 추듯 얽히는 것 같습니다.
강박과 우울을 호소하는 40대 중반 여성이 진료를 받으면서 동시에 주 1회 심리 상담도 받고 계셨어요.
그런데 상담 선생님이 그분에게 "항문기에 이상이 있었대요"라고 단번에 진단을 내렸다고 하더군요.
상담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물론 그 여성분의 강박적인 행동, 실수에 대한 두려움, 과도한 완벽주의 등은 이론적으로 '항문기 고착'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 넘게 지켜본 바로는 그렇게 단순한 케이스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실제로 '과민성 방광'으로 고통받으며 치료를 병행했을 때 증상이 호전되기도 했어요.
이처럼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도 다층적입니다.
특히 심리 상담 초기 단계에서 '발달 시기 고착'과 같은 정신분석적 해석을 성급하게 내리는 것은 내담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친구는 말합니다. 아주 조심스럽고, 필요한 시기에만 접근해야 할 민감한 영역이지요. 이 사례는 단순화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무지한 신념의 위험한 파급력
우리는 왜 그렇게나 '확실한 답'에 목마를까요?
세상이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하게 작동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비가 올 확률이 60%라고 하면 '그래서 우산을 들고 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하고 묻습니다.
단순하고 에너지가 덜 드는 '꼭 들고 가라'는 말을 더 좋아하죠. 비가 오지 않아도 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갈증이 '강한 신념'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이고 세상은 그 법칙 안에서 분명히 잘 돌아간다"라고 믿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하고 쉽게 설명하는 사람의 말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어려운 설명 대신 '이것이다!' 하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뺏기는 경우가 많죠.
이경규 씨의 말처럼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는 말이 와닿는 순간입니다.
정신과에서는 이러한 '흔들리지 않는 틀린 신념'을 '망상'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망상에 빠진 사람의 마음은 지극히 평온합니다.
자신의 믿음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기 때문이죠. 한 번 굳어진 신념은 모든 주변 정보를 흡수하여 자신을 강화합니다.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세대뿐 아니라 누구라도 강한 신념에 빠져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친구는 우려했습니다.
불확실성 수용의 중요성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복잡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할까요?
'모르겠다'라고 말할 줄 아는 전문가의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그 분야의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분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경험했고, 동시에 자신의 분야가 아닌 곳에서는 "이 부분은 제 분야가 아닙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아직도 어렵고 모르는 게 많으며,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진정한 전문가의 모습입니다. 우리 삶에 있어 필수적인 자기계발 역량 중 하나입니다. '모르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불확실성 수용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줍니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
-토마스 아퀴나스
"똑똑한 사람들은 매사를 의심하지만 바보들은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다"
-버트런드 러셀
"무지가 지식보다
더 자주 확신을 안겨준다"
-찰스 다윈
이 모든 통찰은 삶의 복잡성을 받아들이고 지적 겸손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애매하고 불확실한 상태에 불안이 올라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너무 단순화의 위험에 빠뜨리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냥 그럴 수도 있다'라고 여기고 지켜보는 불확실성 수용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당장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 '그럴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처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라이프레슨' 블로그에서 꾸준히 강조하는 삶의 지혜입니다.
FAQ: 불확실성에 대한 궁금증
Q1: 정신 건강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정신 건강은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처럼 명확한 수치나 이미지가 없어,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 행동 관찰, 그리고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다각적인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인간의 마음은 다양한 생물학적, 환경적, 경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매우 복잡한 영역입니다.
Q2: 왜 사람들은 명확하고 단순한 답을 선호하나요?
A2: 불확실한 상황은 불안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명확하고 단순한 답을 갈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인지적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방향으로 사고하려는 뇌의 자연스러운 경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Q3: '무지한 신념'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3: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특정 신념을 맹목적으로 가지게 되면, 그 신념에 반대되는 정보는 모두 무시하고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는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고 극단적인 사고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4: 진정한 전문가의 자세는 무엇인가요?
A4: 제 친구의 경험처럼, 진정한 전문가는 자신이 아는 것뿐만 아니라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실수를 통해 배우며, 자신의 전문 분야 외의 영역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적 겸손을 갖춘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배우려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Q5: 삶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요?
A5: 모든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애매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불안을 견디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당장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 '그럴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처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라이프레슨' 블로그에서 꾸준히 강조하는 삶의 지혜입니다.